자유게시판

다시 울리는 삶의 알람
작성자 : 구자웅 l

비가 추적추적 그러다 강렬하게 햇살이..


그런날이었다. 지난 2년 반동안 일상에 일상적인.


나의 삶은 깊은 물속의 어둠과 같이 짙어져 가고 있었고, 희망의 숨결은 먼지처럼 구름과 함께 사라져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퇴근 후 집에 와 멍하니 꺼진 티비를 보고 있자니, 머리속이 하애졌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떠올렸다. 머리속에 웃음기 많았던 나를. 예전 의사가 나에게 이런말을 했다. "당신의 얼굴에서 장난꾸러기의 모습이 아직 남아있어요"


그때가 생각났다. 그건 이 몹씁병이 시작되기 전 이었고, 그때 나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저 물이 좋아서 알아보던 스쿠버다이빙의 라이센스를 취득하려 들뜬 마음으로 오션플레이어로 가서 어설프게 배움술을 마시듯 취해 있었다.


이미 체험다이빙이 경험이 있는지라 쉽게 생각했었던 나를 지탄하고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지성적이며 마음을 보듬을 줄 알았다.


나의 문제점은 그들의 해결의 고민이었고, 나의 향상을 그들의 양식이었다.


그렇게 나는 덜컹 라이센스를 취득 당하고 말았다..헐



그리고 2년 하고도 수개월이 흘렀고 지금이 되었다.


머리속에 그저 다이빙만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비행기표를 이틀후로 예약했다.


그냥 오션플레이어의 추억만 생각했다...이놈의 예방접종증명서,원헬스패스..귀찮게 느껴지지 않았다.


짐을 간소하게 꾸리고 홈페이지에 예약글을 남기자 댓글이 달렸다. 간다! 내가 간다!


4시간20분의 비행이 끝나고 공항에 오션플레이어의 글귀를 든 아떼가 나를 반겼다.


그리고 환영한다며 한명더 일행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10분 2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그를 귀찮게 생각했지만 나의 착각이자 오산이었다.


그와 어설프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고 픽업차를 타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는 나와 레벨이 다른 성숙한 버디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내일 같이 펀다이빙을 하게 되어 기대가 되고 있었다.


차는 막탄 공항을 나와 어딘가 익숙한 길로 접어 들더니 곧 오션플레이어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여 우리를 안내하는 얼굴이 낯설다..기억은 다시 오버랩이 되었다. 처음 나를 안내하던 그 당시 교육샘이었던 박민수 강사님이다.


그도 시간이 흘러 강사님이 되어 나의 기억 속에 저장되고 있었다. 나는 아는척을 하며 신기해 하고 있었는데 강사님도 나를 기억하는 눈치였다.


'사실 내가 기억에 남을 만큼 잘 못배운터라..하핫'


반가움을 표시하며 숙소를 안내를 받은 시간은 이미 날이 2시간 안남은 채 였다. 달러에서 페소로 환전도 못하였고 저녁도 못먹었다.


민수샘에게 사정을 얘기하자, 원래는 오전에만 환전이 가능한데 선듯 환전해 주셨다, Gracias a Dios~


그리고 나와 같이 오셨던 내일의 버디님과 같이 7~11에 가서 목구멍으로 넘길것을 사왔다.


예전모습 그대로인 수영장과 브리핑 테이블 또한 그대로 였으며, 그리고 거기에서 간단히 술을 곁들이며 다이빙의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는 사람들.


변한것이 없었다. 다만 그 숫자가 줄어들었을 뿐이다. 이 모습에 내가 다른곳이 아닌 여기에 온 이유였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곳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8시.


다이빙을 하기전 간단하면서 푸짐한 아침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었다.


안그래도 타이트한 슈트를 입어야 되는데 이런 밥상이라니..거절할 수 없었다. 개꿀.


그디어 몇년만에 다시 다이빙이다. 이 기쁨과 걱정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여기 모인 사람중 많은 이들이 가슴에 무언가 하나씩 풀어 놓고자 하는것 같았다.


보트를 타고 머리속 기억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웨이트와 BCD를 보고 착착 착용했다.


그리고 입수! 물이 반가웠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나버렸다. 내려가서 호흡이 안되면 어쩌지..공포증이 와서 쇼크를 받을 수도..걱정이 되버렸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JM님 이었다.


사실 예약란에 Log가 3번 밖에 없다고 적었다. 그래서 인지 JM강사님은 나를 계속 주시하였다. 믿음이 갔다. 그리고 하강을 시작했다.


공기를 빼고 숨을 내쉬며 내려가는데 속도가 빨랐는지 공기 주입 싸인을 주었다. 살짝 공기를 넣자 OK싸인을 주셨다.


하강을 완료하며 나는 열심히 강사님을 쫒아 다녔다. 나에겐 어제 같이 온 버디님이 있었지만 불안한 나를 JM님이 케어해 주셨다.


그리고 딸각딸각 소리를 내며 나에게 안전하게 바다속을 즐길수 있도록 수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주변을 살피니 산호가 보였고, 물고기들이 보였다. 용궁에 온듯하다.


그렇게 다이빙이 끝나갈쯤이었다.


안전정지를 하던도중 중성부력이 되지 않아 몸이 떠오르고 말았다.


나를 발견한 JM샘이 하강 수신호를 보냈고 나는 BCD의 공기를 뺐지만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JM샘이 나를 잡아 허리쪽 덤프밸브를 열어 주었다. 그러자 다시 몸이 가라 앉았고, 대기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렇게 안전정지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딸각딸각 소리가 들렸다. 보트로 상승하라는 수신호 였다.


보트에 오르자 JM샘은 아까의 실수를 설명해 주었다. 많이 하는 실수이며 당황하면 생각이 안나는 경우라고 말했다. 아마 다시는 안 잊을것 같다.


보트에 오른 우리들은 이동을 하며 약 30분간 쉬었다. 그리고 다시 물에 들어갔다. 즐겼다. 다시 즐거웠다. 삶의 무기력이 잊혀졌다.


3번의 다이빙을 끝내고 돌아오며 앞으로 남은 2일이 기대되고 있었다.


몸을 씻고 휴식을 취하자 날이 지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금새 친해진 버디들과 같이 마사지멤버를 모았다. 여기 저기 물어 물어 8명이 되었다.


픽업차량을 타고 그랜드몰에 도착하여 간단한 쇼핑을 하고 각자 마사지를 받고 나왔다. '그래 이 맛에 필리핀 오지.데헷ㅋ'


나는 두리안을 사버렸다. 사실 차안에서 두리안을 좋아하시던 이모(?)님의 권유를 받아 과일코너를 갔더니 이모님과 조카님이 계셨다.


썩어 버릴대로 썩은 냄새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중독성있게 냄새가 익숙해 져버렸다. 숙소에 와 여럿이 둘러 앉아 두리안 냄새를 맡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여기 저기 탄식이 들렸지만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내일의 바다을 위해 우린 잠을 청하러 간다.


나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자 가슴속에 딸각딸각 하는 알람 소리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