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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즐거운 다이빙을 위하여 메모하는 습관을 갖자! < LOG BOOK >
작성자 : JM l

필자는 여러해 동안 다이빙을 하면서 바다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도대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특히 해양 생물에 대하여 남들이 이것저것 물어 올 때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아침에 만난 사람의 경우에서처럼, 면식은 많은데 그것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떠오르지 않는다. 몇년전 팔라우에서 한 다이버가 필자에게 물었다. 아까 물에서 본 것이 무슨 고기죠? 그는 로그-북을 정리하면서 필자에게 물었다. 아! 버터플라이 피쉬를 말씀하시는군요? 버터플라이 피쉬는 저도 알고 있는데 그게 무슨 버터플라이 피쉬였죠? 무슨 버터플라이 피쉬라뇨? 버터플라이 피쉬가 한두 종류입니까? 순간 필자는 할 말을 잃었다. 스무번이 넘게 팔라우를 다녀왔고, 다이빙도 수없이 하였으며 매 다이빙 때마다 보아 왔던 그야말로 친밀한 버터플라이 피쉬인데, 과연 무슨 버터플라이인가? 그리고 버터플라이 피쉬는 도대체 몇 종류나 있나? 갑자기 필자의 지난 다이빙 경험이 백지화되기 시작했다. 필자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결국 그 다이버는 어류 도감을 뒤지다가 그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서 로그-북에 기록하였다.

필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수중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너무도 평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아! 아름답구나. 그런데 늘 보아 오던 것이 무슨 종류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서식하는 것이며, 특징은 무엇인지 자세히 아는 다이버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 써서 관심을 가져 보면 늘 보아 왔던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들게 되며, 다이빙이 더욱 즐거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이빙의 경력이 쌓여 갈수록 단지 수중에서 아름다운 경관만을 보고 만족하는 다이빙에서는 흥미를 잃게 될 수 있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이버들이 해양 생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도감이나 자료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을 비롯하여 해외 다이빙 리조트들에는 그곳 바다에 서식하는 어류, 패류, 산호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생물에 관한 도감이 비치되어 있기 대문에 다이버들은 다이빙을 마치고 스스로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다이빙 전문점들에서 도감을 구경하기란 매우 드물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러한 것은 한 나라의 수준을 가늠케 할 수 있는 기초 과학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도감 하나 없다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수중 촬영을 하는 다이버들이 학자들과 도감을 만들었거나,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 오기 시작한다. 가능한 빠르게 주위에서 이러한 자료를 쉽게 다이버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각 개인의 기억력과 관심사는 다르겠지만, 모르는 것이 있거나 새로운 정보를 얻었으면 잊지 말도록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해저여행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하고 있지만 로그-북을 쓰는 버릇을 갖게 되면 이러한 습관은 자연적으로 얻게 될 것이다.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정하여, 목적이 분명한 다이빙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관심 있는 것에 대하여는 다각도로 정보를 얻고 공부하는 열정을 갖기 바란다. 다이빙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즐거워질 것이다.

-출처 해저여행-